#1.
2006년이 끝나갈 즈음에 마무리한 여행
이후
홀로 떠난 진짜 여행은
참 오랜만.
#2.
배낭은 훨씬 작은 걸 챙겼고
옷가지도 최대한 줄였다.
속옷도 양말도.
빨아서 입으면 되니까.
줄인다고 줄였지만
결과적으로
더 줄여도 좋았을 법했다.
#3.
잘 먹었다.
예전 여행과의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요리 없이
다 사 먹었다.
나름 유명한 집들을 찾아 다니며.
배고픈 여행은 아니었다.
길 위에서도 늘 귤.과 초코파이.를 씹어 댔다.
#4.
처음 약속대로
음악은 듣지 않았다.
길 위에서는 줄곧
바다.
새.
사람들.의 소리를 들었다.
감각을 또렷이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5.
순간의 느낌.대로
다음날 일정을 그때 그때 정했다.
비수기의 장점이기도 하다.
잠자리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럼에도 ㄴㅂㄹ하우스 숙소.
또 공천포.를 앞에 둔 그 풍경.이 참 좋아서
닷새를 머물렀다.
대신 버스를 더 타고 다녀야 했지만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6.
따로 노트에 필기할 일이 없었다.
여행 후 항상
집에 돌아와
빼곡히 적은 노트를 다시 정리하여
사진과 함께 웹에 올리는 일을 반복했지만
이번엔
그날그날 바로 정리.
느낌.을 더 담을 수 있었다.
적어도 내 느낌은 더 선명하다.
#7.
묵직한 카메라를 일찌감치 포기했다.
사진보다도 걷는 게 더 큰 목적이었으니까.
편히 걷고. 간간히 풍경을 담으려 했다.
폰 카메라만으로도 만족.
걸으면서 떠오르는 생각 거리들도
폰에 몇 자 담았다.
#8.
길 위를 걸을 때
노트북이 있었다.
중간에 몇 자 적는 일도 있긴 했지만
사실 그보다도 폰 충전을 위해 썼다.
#9.
여행지에서는 늘 무언가 버리고 온다.
허름해 입기 힘든 옷도 좋다.
다 써 가는 로션통을 들고 갔고.
그 곳에 놓고 왔다.
#10.
게우고. 비우고 돌아 왔다.
이제 차분히
무엇으로 내 안을 채워 갈지
그것부터 좀 고민해 보아야 할 듯하다.
다시 차오를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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