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여행의 끝이 보인다.
전체 일정의 반을 이 곳, ㄴㅂㄹ하우스에서.
오늘 밤, 그리고 내일 밤까지
이 곳 제주 앞 바다를 보고
다시 일상으로.
가자마자 밀린 논총 일. 일요일 번역 모임. 월요일 세미나. 화요일 특강.
#1.
오늘은 살짝 여유 있게.
평소보다는 덜 걷고 서귀포에 다녀오기로. (했지만..)
8시에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었다.
#2.
며칠 전, 쇠소깍에서 숙소까지 걷고는
오늘, 남은 5코스를 마저 걷기로 했다.
숙소를 나와 5코스 시작 지점을 향해 따라 걸었다.
9시 출발.
저 멀리 숙소가 보인다.
#3.
이런 자갈밭 길도 걷는다.
#4.
다리 위 하르방.
#5.
숙소에서 30분 정도 여유 있게 걸으면
건축학개론에 나온
서연의 집.을 만난다.
지금은 '서연의 집' 카페가 되었다.
#6.
입구에서 만난 핸드 프린팅.
그리고 영화 속 장면. 소품들.
이 창 기억나지?
1층에 앉으면 큰 창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7.
9시 30분.
다소 이른 시각이라 한적.
사진 찍기에도 좋았다.
하나 하나.
#8.
라떼를 하나 주문해
2층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자리에 앉아 잠시 감상.
승민.과 서연.이 누웠던 그 잔디.
너머로 보이는 제주 바다.
이 느낌을 더 실감하게 남기고 싶어
동영상도 찍었다.
마침 카페에서 '기억이 습작'이 흘러 나왔다.
노래 중간에 끊을 수 없어
한참을 기다렸다.
#9.
다시 창가 자리로 돌아와
오설록.에서 산 엽서를 꺼냈다.
대학원 생활.을 돌아보며. 정리하며.
고마운 사람들을 하나 둘 떠올렸다.
자연스레
감사.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한 장 한 장 적어 내려가며 흐뭇.
다함께 얼굴 본지 참 오래되었네.
뿔뿔이 흩어졌다가 이제 곧.
그리고
마지막,
카페 나오는 길
화장실에서 만난 납득이ㅋ
#10.
카페에서 한 시간 정도 머물렀나 보다.
다시 올레 5코스.
오늘도 역방향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과 마주쳤다.
스무 번은 넘게 인사를 건넨 듯하다.
"안녕하세요" 씽긋.
하나 같이 밝게 웃으며 대답한다.
"안녕하세요"
#11.
중간 포인트.
수산물을 가공하는 공장.
파이프 나무 기둥이 퍽 인상적이어서 찰칵.
파란 하늘. 하얀 구름과 어우러져 숲.의 느낌이지 않아?
#12.
중간에 만난 큰엉.
절벽.
경치가 정말이지..
누렁아, 안녕.
잘도 뛰는구나.
그렇게 해안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5코스의 가장 아름다운 지점은 여기가 아닐지.
또 수 없이 마주하는 길.
감사.의 메시지 덕분일까.
걷는 내내 흥.이 났다.
노래를 불렀다.
안으로. 또 밖으로 크게.
그러다가 앞에서 사람이 오면
반갑게 "안녕하세요"
#13.
그렇게 도착.
12시 반.
올레 5코스의 시작점이다. 이렇게 5코스도 완주.
#14.
늘 그렇듯.
도착 지점의 맛집을 미리 찾아 놓는다.
오늘 가려고 찜.해 놓았던 곳은 바로 여기
순댓국밥에 제주 막걸리 한 잔.을 딱 계획하고
그 생각에 열심히 걸었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 당분간 쉰단다ㅠ
하여 급히 계획 수정.
밥 먹고 오후에 들르려 했던 서귀포로 직행했다.
곧 도착한 730번 버스를 탔다.
#15.
원래 저녁에 가려 했던 곳인데.
이쌤 추천 식당.
술은 따로 안 팔고 직접 사 가야 한단다.
하여 냉큼 막걸리 하나 사 들고.
이 곳, ㅇㅇ식당.
1인분 안 팔면
그냥 2인분 시켜 먹어야지 했는데.
고맙게도 1인분도 가능하단다.
땡큐요.
쌈에.
밥까지.
술 한 방울 안 남기고
잘 먹었다.
꺼억-
날이 갈수록
즐겁게 잘 먹고 다닌다.
#16.
예정대로 오후 일정을 시작했다.
먼저 들른 곳은
이중섭미술관+이중섭거리.
표지판도 참 예쁘다.
이중섭거리 입구.
각종 조형물.
곧 도착한 미술관 입구.
비석 위에 새겨진 문구는
이중섭의 방 벽에 붙어 있던 것이란다.
멀리 떨어져 있던 아내에게 보낸 편지들.
중간 중간 그림들.
어찌나 귀엽고 예쁘던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그리 그리워 했단다.
의자까지도 이중섭.
#17.
바로 옆
서귀포 올레시장.
올레 6코스가
이 시장을 지난다.
시장 중간 중간
화살표와 리본을 찾는 재미도.
또 길.
옥돔이 참 많았다.
#18.
미션 수행을 위해
꿀빵.과 초콜릿.을 샀다.
감귤 과즐도 사고. 이건 내가 먹어 보고 싶어서.
#19.
이렇게 보니 오늘도 제법 걸었다.
15km는 넘게 걸은 듯.
곧바로 700번 버스를 탔다.
숙소로 돌아와 잠깐 눈을 붙이고는
마지막이 될지 모를 ㅅㄴ식당의 짬뽕.을 다시 먹었다.
7시만 넘어도 깜깜하다.
맥주 한 캔 들고
제주 밤 바다를 감상.
둥그런 달빛에 바다가 반짝.
잔잔한 파도 소리에
맥주 참 달다.
여수 밤 바다.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이 느낌.도 꼭 기억하자.
#20.
오른쪽 네 번째 발가락.이 또 문제.
물집이 생겨 찢고 밴드를 발라 가며 열심히 걸었는데
바로 옆에 새로운 물집이 잡혔다.
또 바로 찢었다.
내일 컨디션이 어떨지;
#21.
16코스를 시작해.
10코스.
1-1코스.
5코스.
이렇게 4개의 코스를 모두 걸었다.
중간에 잠깐 14-1코스. 7코스. 1코스. 6코스도 만났다.
내일, 마지막 날은
3코스로 향한다.
제법 길다.
다 걸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의 갤러리는 꼭 들를 예정.
근처에서 무얼 먹으면 좋을지도 찾아보아야겠다.
#22.
이렇게 하루를 정리하는 일도
제법 품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이 여행을 통해 내가 가져 갈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지금 이 순간.의 단편적인 생각까지도 하나 하나 고스란히 남긴다.
오늘 이중섭의 편지.처럼.
이제
긴 글은 내일 하루 남았다.
시원섭섭.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한 생각을
잘 담을 수 있도록.
그런 하루가 되길 바라며.
#23.
방금 9시 30분.
어제 우도에서 내게 먼저 "안녕하세요"를 건넨
(나보다 한 참 어린) 그 분이 오늘 내 침대 위 자리로 왔다.
잠깐 얘기해 보니 그 분이 맞다.
이제 막 수능 보고 홀로 여행 중이란다.
신기했다.
오늘은 오전에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오후에 5코스를 돌았단다.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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