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아침에 읽은 글 몇 자에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일찌감치 기대가 사라진 가면.과
결국 기대를 포기한 가면.이
또 닮아 있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오늘의 메시지.를 고민했다.
#1.
오늘 아침은 더 서둘렀다.
밤 사이
우도.를 가기로 결정.
10시 배를 타고 들어가면 딱 적당할 듯했다.
그러면 8시 반 버스를 타야 하니.
8시부터 시작되는 조식을 먹고 서둘러 정류장으로.
오늘은 시간이 없어
급히 토스트와 커피만.
#2.
1시간 10분 정도 달려
성산포항에 도착.
이 근처로 숙소를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이 정도 거리면 버스 타고 올 만했다.
간단하게 신고서를 작성.
나이......
왕복 티켓을 구입했다.
입장료 포함 5500원.
질릴 만도 한데
여전히 난
바다가 좋다.
잠시 후 탈 배.
우도사랑 1호.
#3.
승선.
엔진 소리에
갈매기들이 날아든다.
출발.
뒤따르는 갈매기.
#4.
우도 도착.
하우목동항.
올레 1-1코스
저 멀리 보이는 제주도.
#5.
올레 1-1코스는 천진항에서 시작.
하우목동항에서 내리고 나니 코스 중간이다;
우선 천진항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우도봉에 더 가까운 쪽.
오늘도 역방향 트래킹.
주황색을 따라 간다.
#6.
우도에서 만난 길.
그 길을 걸으며
다시 이런 저런 생각에.
진심.이라는 두 자가 적당할 듯했다.
대학원 생활 동안
가면.에 둘러싸여 늘 고심했던.
늘 상대의 진심.을 보고 온전하게 담아내고자 했지만
그 진심.을 찾기 어려웠던.
그러니 가면.을 대하는 태도는 그저 영혼 없는 상냥함.
애정 담긴 후배 배.와 박.에겐 늘 내 안의 화.가 함께 했던 듯.
가면 없는 진심 어린 녀석들이란 걸 잘 아니까.
(나도 좀 어렸지;)
이후로 크게 화.가 함께 한 적이 있었나.
또 다시 영혼 없는 상냥함.만 남았다.
한 시간 정도 걸어 만난
1-1코스 시작점.
천진항.
잠시 앉아 아침에 싸 온
초코파이 하나와 귤을 까 먹었다.
#7.
중간에 만난
소원기원 돌탑길.
갑자기 날아든
까마귀떼.
계속 올레길을 따라 걸었다.
오늘은 딱 그 느낌이 스쳤다.
국토대장정 할 때
짝 달라붙는 그 느낌.
생각하지 않아도 두 다리가 동물적으로 앞으로 차고 나가는 느낌.
#8.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우도봉.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
#9.
언덕을 따라 더 올랐다.
저 멀리 제주도도 보이고.
마침내 정상을 눈 앞에.
바람이 세다.
그러나 한없이 상쾌.
나도 모르게 소리도 치고. 흥얼거리고.
양팔 벌려 바람을 힘껏 받았다.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
저 멀리 바다.
더 가면 일본.이 있겠지.
충분히 감상하고
아래로 내려왔다.
#10.
가볍게 떠난 여행이라
묵직한 카메라는 그냥 집에 놓고 나왔다.
폰으로도 잘 찍고 다녔지만
이따금 줌이 있는 카메라가 아쉬울 때도 있다.
특히 오늘 여러 번 느꼈다.
#11.
조금 더 걷다 보면 만나는
등대 박물관.
등대 모형들이 정말 예뻐서 다 찍어댔다.
#12.
#13.
우도봉을 내려와
다시 걷는 올레길.
며칠 전 애월에서 만난 기사 아저씨 말대로
마늘이 많았다.
#14.
어제 밤. 잠들기 직전
이쌤의 메일 하나.
제목은 "잘 먹고 다니도록."
사모님과 제주도 여행을 자주 다니신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고.
가볼 만한 맛집 열두 군데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추천 메뉴를 빼곡히 적어 주셨다.
이런 게 진심.
살짝 뭉클.
이번뿐 아니라 꾸준히 그 진심을 전해 받는다.
심사 전에도. 심사를 마치고 그날 밤에도.
심사 후 당신의 논문에 담을 내 논문 서지 사항에 관한 메일도.
홍대 결과를 누구보다도 기다리며 말씀 주시는 것도.
그 진심을 지속적으로 느낀다.
#15.
다시 따라 걷는 올레길.
산토리니가 따로 없네.
중간 포인트.
#16.
구름이 많이 걷히고 나니
얼굴이 탔다.
#17.
하고수동해수욕장.
#18.
오늘도
만나는 사람마다 "안녕하세요"
역방향이다 보니
만나는 사람이 더 많았다.
#19.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았다.
10시 배로 들어와서
2시 배로 하우목동항에서 다시 제주도로.
피곤.
그 잠깐 사이에 등을 기대고 졸았다.
#20.
우선 밥을 먹어야 했다.
때마침
이쌤이 추천해 주신 맛집이 이 근처, 성산에 있다.
하여 잠시 걸었다.
올레 1코스를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곳.
저 멀리 성산 일출봉.
여기다.
시흥 해녀의 집.
짠.
쌤이 추천해 주신 메뉴.
전복죽.
#21.
다시 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달려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엔 3000원이었는데. 저녁엔 2500원. 뭐지?;
저녁은 따로 나가지 않고
숙소에서 사 먹었다. 흑돼지 돈가스.
오오. 괜츈.
여기에 커피까지.
#22.
오늘 20km 정도를 걸은 듯.
보통 하루에 15km는 걷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
5-6시간을 걷고 나면
해 지기 전 일찍 숙소로 돌아와 충분히 쉬고
사진과 글을 정리한 후
또 일찍 잠자리에 든다.
#23.
평소보다 잘 챙겨 먹는다.
하루 세 끼.
운동도 꾸준히 한다.
건강해지는 느낌.
#24.
내일은 무리하지 말고
남은 5코스만 천천히 돌자.
카페 하나와
밥집 하나에 갈 계획.
저녁엔 맥주 두 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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