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오늘은 어떤 메시지가 떠오를까.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물음을 던졌다.
걷다 보면 곧 알게 되겠지.
#1.
아침 식사.
알아서 직접 해 먹는 거다.
달걀 두 개와 토스트.
딸기잼과 귤잼을 하나씩 발랐다.
귤잼은 주인 아줌마가 직접 만드신 건데. 한 통에 만원이란다.
갈 때 사들고 갈까?
#2.
오늘은 조금 더 일찍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파란 하늘과 저 멀리 한라산 정상이 보인다.
물 한 통.
초코바 하나. 양갱 하나. 소시지 하나.
작은 귤 한 봉지.
를 사서 가방에 담았다.
#3.
오늘 처음 들를 곳.은
사려니숲길.로 정했다.
버스를 타고 붉은오름에서 내렸다.
입구.
입구부터 나를 맞이하고 있는
삼나무.
올레 첫날 유심히 보았던
그 경계.에 관한 이야기.
우거진 여름의 풍경도 좋다 하지만
이 겨울의 숲길도 매력적.
#4.
중산간 지역으로 올라와서 그런지
기온이 제법 쌀쌀하다.
길도 얼었다.
그 위에서
누군가 밝고 밟은 길 따라 걸으며
시간.을 떠올린다.
아, 이게 오늘의 메시지?
처음은 아니다. 예전 여행에서도 충분히 고민했던 주제다.
길 위에. 오랜 시간에 걸쳐 차곡히 쌓인 시간의 흔적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앞 사람의 자국을 읽고. 또 그 위에 나를 입힌다.
내 한 걸음에
바닥의 돌 하나.
내 손끝에
숲길 나뭇가지 하나.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 지점을 걷는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에
여기 놓인 돌과 나뭇가지는 움직인다.
역동적으로.
내 한 발 위에 놓인 시간축.
연이은 내 발걸음에 매인 시간축.
흔적 하나 하나. 쉴 새 없이 두 축을 안고 역동하는 숲.
#5.
결국 제대로 찾은 거였다.
오늘 메시지는
'시간'이 옳았다.
(붉은오름으로 들어왔으니) 숲길 마지막에 만난 글귀.
정답.이라 외치듯
두 시간 넘게 걸었던 그 길 위 상념들을
정리해 말했다.
(내가 보이넹;)
하나 더 보태자면,
이번 긴 글의 주제 역시
공시와 통시를 아우르는 역동적인 기억의 흔적들 아니던가.
뭔가 그럴 듯했다.
#6.
몇 가지 착오로
버스를 좀 오래 기다려야 했다.
쌀쌀한 날씨에 살짝 고생.
대신
숲길 사이로 난 하늘을 감상했다.
#7.
오늘 하늘이
가장 푸르다.
사려니숲길에서
꾸준히 보고 들은 까마귀와 그 울음 소리.
주변을 계속 맴돈다.
다시
갈아탈 버스를 기다림.
#8.
어제 만났던 그 기사 아저씨다.
730번 버스.
이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애월에서도 그랬다.
700번 버스.에서
#9.
다음 장소,
쇠소깍.으로 이동했다.
올레 5코스가 끝나는 지점.
효돈천.
저 멀리 쇠소깍.
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
#10.
5코스의 끝점에서 다시 반대로 걸으면
숙소가 나온다.
하여
오늘 처음으로 역방향 트래킹을.
#11.
길.
저 멀리
눈 덮힌 한라산.
그렇게 걷다 보면
1/3 지점에 숙소가.
5코스의 남은 거리는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걸을지도.
#12.
올레길을 걷다 보면
마주 오는 사람의 시선을 피하거나
그냥 어색한 눈맞춤 이후 조용히 옆을 스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0코스에서 한 번.
또 오늘 한 번.
상대가 먼저 건네는 반가운 인사말.
"안녕하세요"
덩달아 나도 "안녕하세요" 씽긋.
문득 다시 떠오른 지난 여행의 기억들.
"Good day"를 먼저 건네던 이들과 내 모습이 지나갔다.
다음 상대에게 먼저 말했다.
"안녕하세요."
#13.
어제 못 먹은 짬뽕.
이 집이 유명하단다.
그냥 앉았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한라산 풍경.
(사진엔 안 나왔지만;)
해물 가득.
단번에 후다닥.
배가 좀 고팠던 터라.
#14.
여기 저기
이곳 말 메시지.
곳곳에 아래아도 보인다.
#15.
아침에
이 숙소에서의 하루를 더 연장했다.
남은 이틀까지 더 연장할지도 몰라. 여기 너무 좋아.
#16.
오늘 한라산을 등반하고 왔다는 옆 자리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여고 국어 쌤.인
나보다 두 살 어린 친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내 공부.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연구자.와 교육자. 그 균형에 관한 교감.
#17.
내일 일정은 아직 확정하지 못 했다.
남은 5코스를 돌고. 중간에 나오는 '건축학개론'의 그 집.에 들를까.
우도.를 갈까.
갤러리랑 주변.을 돌며 맛난 거 먹고 쉴까.
우선 배 시간은 알아 둬야겠다.
아침에 발 가는 방향으로.
'여행. > [2014] 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0116 여덟_올레 5코스+이중섭미술관. (0) | 2014.01.16 |
---|---|
140115 일곱_우도+올레 1-1코스. (0) | 2014.01.15 |
140113 다섯_오설록+강정+공천포. (0) | 2014.01.13 |
140112 넷_올레 10코스. (0) | 2014.01.12 |
140111 셋_현대미술관+예술인마을. (0) | 2014.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