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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13 140113 다섯_오설록+강정+공천포.



#0.

실수의 반복.이란 없다.

그건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니까.

(여기서 상황유형 achievement의 반복 상황이 activity라는 걸 떠올리는 건 뭐니.)


이곳 섬에서 비우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게워낼 게 있었다. 하나 둘 위로 떠올랐다.

억지로 내 안에서 소화해 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던 것.

그러나 결국 내가 감당할 수 없는.



#1.

아일랜드.의 아침 식사를 보니

딱 예전, 호주와 유럽을 여행하던 때가 떠오른다.

집 주인이 그리 여행을 많이 다녀 그런 듯.



어제 밤에 주인 누나가 직접 만든 수제 식빵에

잼을 듬뿍 발라

우유와.

예전 생각에 흠뻑 젖었다.




#2.

짐을 다 싸서 나왔다.

오늘은 더 동쪽으로 이동한다.

서귀포를 기준으로 서에서 동으로 넘어간다.



#3.

그 전에

어제 못 간 오설록에 들렀다.

아일랜드에서 버스로 15분 거리.



차밭.




차나무.




#4.

오설록 티뮤지엄.









#5.

티뮤지엄 옆으로 올레길이 지난다.

14-1코스.

잠시 따라 걸었다.




#6.

시음. 시향.

차맛을 잘 모르는 나도 반할 정도.

이 차는 작년 중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했다.




#7.

여기는 이 롤케이크가 유명하던데.

하여 나도 하나 맛을 보았다.

한 조각이 4500원.이니 싼 건 아니고;



굳이 포크를 2개나 주셨다.

하나면 충분한데;



그리고 구입한 엽서 몇 장을 꺼냈다.

주변의 감사한 분들께 몇 자 적어야지.

배낭 여행마다 늘 하던 것들.

다시금 예전 여행 추억에 젖어 들고.



그렇게 시간을 기다려 밖으로 나왔다.

11시 3분 버스는 정시에 도착.




#8.

동쪽으로 넘어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아직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노.가 전해 준 그 책자에서 소개 받은 음식.

이건 꼭 먹고 가야겠다 싶어서

어제 10코스 종착 지점이었던 모슬포항으로 다시.

동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기도 하고.




모슬포항.

ㅇㄷ식당.




보말칼국수.

1인분만 끓이는 건 안 된다기에 다른 손님이 올 때까지 살짝 기다렸다.

어제 ㅎㄱ식당도 그렇고. 1인분이 안 되는 곳이 종종 있어 애를 좀 먹는다.

어쨌든 그 맛은 일품.

명성대로네.



#9.

원래는 서귀포 시내로 바로 가서

이중섭 미술관에 들러

소.가 담긴 엽서를 사려 했지만.

계획을 수정했다.

하루 하루 일정이 수없이 달라진다.

홀로 여행이라 가능한 일.



눈 앞의 산방산.

을 지나..



#10.

도착한 곳은 바로 강정.

이번 여행에서 빼놓지 않고 들러야지. 했던 공간.



초입부터

여기 저기 나부끼는 메시지들.



제주의 돌담에도 우리의 소리.가 그득하다.

순간 비장함이 맴돈다.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다.




#11.

올레 7코스.

강정은 아름답지 못하다.





높은 철제 담장과 철조망.

저 길의 끝은 내쉴 숨조차 막는 듯하다.

제주의 풍경은 다 어디로 가고.





끊이지 않는 공사 소음.

커다란 트럭이 끊임없이 오간다.




#12.

신부님. 수사님.

활동가들.

이 소리친다.







#13.

7코스는 오래 돌 수가 없어

강정 근방만 잠시 걸었다.

짐도 다 들고 나온 터라 좀 무겁기도 했고.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 방향인 동쪽으로 향했다.


이리 저리

오늘 일곱 번이나 버스를 탔다.

갈아 타고, 또 갈아 타고.

벌써, 기다림.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30분, 1시간을 기다려 만나는 버스에 대한 감사함.

을 이제는 조금 안다.



#14.

오늘 머무르려고 했던 숙소는

이.가 추천한 ㅇㄴ메이.였으나.

아무리 비수기라고는 해도 인기 많은 숙소는 금방 만실.


급히 찾다가 발견한 곳.

올레 5코스 중간에 위치한



ㄴㅂㄹ하우스.




놀랍다.

평균 가격에

조식도

수건도.

일단 2박을 예약했지만

하루 더 머물까. 하는 충동이..


카페도 붙어 있어 노트북 들고 앉아 있기도 좋다.

숙소를 정할 때 꼭 와이파이.를 확인한다.






#15.

짐을 풀고 나와 잠시 걷는다.

공천포.

을 끼고 돌았다.

유난히 파도 소리가 잠잠하다.

내 마음도 살짝 차분해지는.




계획에 없었지만

내일 5코스를 돌기로.





#16.

원래 오늘 저녁에 먹으려던

ㅅㄴ식당의 짬뽕.

허나 정기휴일이라;

근처서 성게칼국수.로 대신했다.

내일 저녁은 반드시 짬뽕.




#17.

해질 무렵이 되어

잠시 기다렸다.







#18.

그리고 카페에 앉았다.

커피랑

사장님이 주신 고구마 하나.




#19.

귤.을 참 많이도 먹는다.



트래킹을 할 때에도

귤을 조금 챙긴다.

중간 중간 하나씩 까 먹는 재미.


저녁 먹고 들어오는 길에 귤을 조금 사왔다.

출출하던 차에 침대에 앉아 다 먹었다.



#20.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나른.

친절하신 주인 아저씨.

와 좋은 시설.

넉넉한 공간. 등에

내친 김에 나머지 일정을 다 여기서 머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내일 하루 더 고민해 봐야징.


도중에 또 계획이 바뀌어

내일은 사려니 숲길을 먼저 가기로.

오늘 바다를 보고 나니

숲도 보고 싶어졌거든.



#21.

낯선 공간에 던져지고 나면

모든 감각의 구멍이 열리는 느낌. (외국이라면 더하겠지)

눈과 귀. 현장의 분위기. 날씨. 사람들의 시선.

수렴과 발산이 반복된다.


그걸 즐긴다.

특히 버스로 움직여야 하고.

지도를 펴 들고

언제. 어디로. 옮겨. 먹고. 자야. 할지를 하나 하나 내 선택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하다.


그 열리는 느낌.

반갑다.



#22.

따져 보니

지난 배낭 여행이 대학원 오기 몇 달 전.

그 공부를 마무리하고

7년 만에 길에 서고 보니

다시금 살아 있음.을 느낀다.



#23.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하나도 놓치기 싫어

걸으며 풍경을 담고. 내 안에서 글을 정리해 보기도 하고.

피곤한 몸에도 이렇게 풍경과 글을 남긴다.

이 역시 일종의 몰입의 과정.

시작부터 끝까지.

여행에서 시작해 여행으로 마무리 짓는.


미뤄둔 일상의 일이 많지만

그건 나중에 고민할 문제.

이제 반을 넘어 왔다.

남은 시간 더 즐기면 된다.




Posted by del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