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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29 무표성/유표성.

2010. 3. 29. 12:06 from 열공.


“무표성/유표성” 개념의 변천

유표이론은 성분이론(송완용 1999, 7.3.1절을 참조!)처럼 그 발단이 프라그 학파의 음운론에서 마련되었다. 즉 프라그 학파의 “성분함유 ”Merkmalhaftigkeit 특성이라는 용어에서 발단되었다. 특정성분을 함유한 음성들을 “유표적” merkmalhaft 음성들이라고 한 반면, 미함유 음성들은 “무표적”merkmallos 음성들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유성음들은 유성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표적이지만, 무성음들은 이 성분을 함유하지 않으므로 무표적이다. 그런데 독어말음의 경음화 현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중화위치에는 무표적인 음성만이 사용되며 유표적인 음성은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무표성 개념을 중화현상과 관련시켜 사용하기도 했다. 
이 용어들을 새로운 개념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SPE에서 생겨났다. 이원적인(= ± )성분가치 개념을 주장하는 표준 생성음운론 상에는, “가치표시를 하지 않은 상태“ 라는 무표성 개념이 성립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 - 이외에 0 표시를 도입했을 때야 비로소 이러한 무표성 개념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면 영어접두사 in-의 비鼻자음(= n)을 [순음] 특성 면에서 명시하지 않고서 미명시(0) 상태로 둘 수 있다( /n/: [0 labial]). 다른 특정 자음과 결합될 때야 이 비자음은 순음특성면에서 + 혹은 -로 명시된다(예: impossible [+labial], intoleralble [-labial]). 이같은 무표성 개념은 문법구조와 관련해 한가지 중요한 표시원리를 시사해준다: ”접두사 in-에 사용된 비자음(= n)의 기저형은 어휘목록에 미명시 상태(= 0)로 등재되어 있다. 다음 층위에서야 비로소 n음에 대해 + - 가치가 명시될 수 있다.“ 
SPE의 마지막 장인 9장에서 Chomsky/Halle는 획기적으로 새로운 유/무표성marked/unmarked 개념들을 도입했는데, 이는 새로운 음운론의 도래를 예고하는 역할을 했다. SPE의 9장에는 “에필로그인 동시에 프롤로그”라는 양면적 성격의 제목이 붙혀져 있다(SPE, 400쪽). 이 대목에서 우리는 Chomsky/ Halle가 SPE집필을 마치면서 이미 새로운 음운론, 즉 유표성 개념에 바탕을 둔 자연음운론을 구상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위에서 구강모음과 비모음을 예로 들어 설명했듯이, 분절음의 복잡도(= 단순도 單純度)를 정의할 목적으로 유/무표성이라는 용어들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는 내포된 성분들의 숫자를 단순히 비교함으로써 언어단위들의 복잡도/단순도를 판정하려는 방식이 타당하지 않음을 뜻한다. 따라서 생성음운론의 한가지 핵심원리인 “단순성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적 기반이 이제 마련되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미국학계에서 사용된 marked/unmarked 라는 용어들이 유럽 언어학계로 역수입되어져, 현재 독일학계에서는 markiert/unmarkiert 라는 용어들이 쓰이고 있다. 한편 이 용어들이 매우 다양한 개념들로 쓰이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첫째로, 이 용어들은 위에서처럼 “복잡성”Komplexität을 표시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SPE의 9장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또한 “일반성”Normalität 및 “예상가능성”을 표시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예를 들면 모음은 일반적으로 구강모음으로 조음되는데, 이러한 일반적 예상에 부합되는 모음은 비음(nasal)특성면에서 무표적이라고 정의된다. 둘째, 유/무표성 용어가 “자연성”Natürlichkeit 개념과도 관련되어 쓰이고 있다. 즉 무표적이다는 u 표시는 높은 정도의 자연성을, 유표적이다는 m 표시는 낮은 정도의 자연성을 각각 나타낸다. 자연성이란 다음과 같은 일종의 복합개념이다: ①구조면에서 단순하고, 많은 언어들에 걸쳐 사용되는 보편적 언어현상들을 가리킨다(= 언어보편성Universalität), ②언어사용면pragmatisch에서 볼 때, 단순구조를 취한 언어현상들은 높은 빈도로 사용되고 있음이 그 특징이다(= 높은 사용빈도, Greenberg 1962), ③자연 언어현상들이란 인간이 갖추고 있는 언어능력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는 언어현상들이다. 문법으로 말하면, “핵문법” Kerngrammatik 에 해당한다, ④이는 또한 언어습득 초기단계의 특징을 이루고 있는 현상들이다(= 언어습득과정의 초기현상). 
이처럼 여러 가지 개념들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유/무표성이라는 용어들을 명료하게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바로 이 점이 유표이론의 지속적인 발달을 가로 막아 온 한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표이론은 현대언어학에서 결코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 사실이 다음 두가지 측면에서 입증된다. 
첫째, 유표이론은 원래 음운론에서 생겨 났으나, 이 부문을 벗어나 언어인지‧언어습득‧언어변화‧언어유형학‧대비언어학(오류분석)‧사회언어학‧형태론 등으로 확대 적용됨으로써 현대 언어이론의 한가지 기본원리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예를 들면 Wagen이라는 독어명사의 복수형은 특정 복수어미를 취한다는 일반성을 따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유표적인 형식에 해당한다. 이때 Wagen에 내포된 ‘복수’의미를 인지하려면 사용맥락을 필수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이에 반해 명사복수형인 Autos는 ‘복수’의미를 갖는 어미 -s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무표적인 형식에 해당한다. 사용맥락을 살펴보지 않아도 -s 어미를 통해 복수의미를 인지할 수 있다. 또한 언어(외국어)학습과정에서 유표적인 형식이 무표적인 형식에 비해 실수를 자주 유발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예: blau - blauer, kalt - *kalter(kälter). 유표원리는 또한 언어변화의 메카니즘을 설명해주는 가설로도 쓰인다: “언어변화는 유표형식으로부터 무표형식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다”(King 1971). 예: salzen - gesalzt < *gesalzen(이는 어간에 ge - t라는 접사들을 결합시켜 독어과거분사형을 만드는 일반원리에 동화되는 형식으로 언어변화가 이루어진 사례임). 이처럼 유표이론(자연이론)은 이론언어학 부문뿐만 아니라 응용언어학 부문에 까지도 적용되는 일종의 사통팔달四通八達식 이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이는 표준생성이론 및 NGP가 NGP란 Natürliche Generative Phonologie(자연생성 음운론)을 지칭하는 약자이다. 
응용언어학적 설명력을 거의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사회언어학상의 변이현상들에 대해서도 유표이론은 설명력을 발휘한다. 예: 피진언어들Pidgins- 에서는 유표형식들이 의례 파기되고, 크리올 언어들Kreolsprachen에서는 무표형식들이 최우선적으로 언어구조 속으로 수용되는 경향이 성립한다. 
둘째, 유표이론은 보편문법의 발달을 초래했다. 모든 언어들에서는 무표형식과 무표과정들이 가장 흔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각종 무표적인 현상들이 이른바 언어보편성 부문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또한 모든 언어사용자들이 두뇌속에 갖추고 있는 언어능력(= 문법)의 핵심부문에 해당한다. 이처럼 각종 무표적 언어특성들로 이루어진 문법을 “보편문법”Universalgrammatik이라고 한다. Chomsky생성문법의 “수정확대 표준이론”REST(1975)에 따르면, 언어학의 핵심목표는 보편문법(= 핵문법Kerngrammatik)을 기술해 내는데 있다. 특정 언어사회에 출생한 어린이는 자신의 모국어상에서 보편문법성을 특유하게 규제하고 있는 방식들을 학습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특정 “개별언어문법”Einzelsprachgrammatik이 어린이의 뇌속에 내장된다. 다시 말하면 개별문법이란 보편문법에 특유한 제약들이 가해짐으로써 생겨난 산물이다. 


Ⅱ. 유/무표성의 각종유형과 “과정”개념
Ⅱ.1. 유/무표성의 유형

앞에서 설명했듯이, 어떤 언어단위 (Y)를 특정 성분 (X)면에서 + / -로 표시하는 대신에 u(무표적) / m(유표적)으로 표시하면, 해당 성분이 “함유/비함유”되어 있다는 단순가치 보다는 일종의 복합적인 가치가 부여된다. 즉 [uX]란 표시는 X라는 특정 성분이 Y라는 단위에 일반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특성이기 때문에 그만큼 자연성의 정도가 높은 경우임을 뜻한다. 이에 반해 [mX]란 표시는 X라는 성분이 Y라는 단위에 이례적으로 내포된 특성이기 때문에 그만큼 특수하고 자연성이 낮은 경우임을 뜻한다. 이때 분절음‧분절음연결‧음절․형태소 및 각종 언어체계 등이 Y로 쓰일 수 있다. 
-분절음들의 유/무표성: 앞에서 수차 예로 들었듯이 비음[nasal]성분면에서 구강모음은 무표적(= u)으로, 비모음은 유표적(= m)으로 표시된다. 그리고 유성[sth]성분면에서 무성파열음은 무표적인데 반해, 유성파열음은 유표적이다.
-음절들의 유/무표성: 자음과 모음이 번갈아 결합된 CVC(V)..... 유형의 음절구조는 무표적인 음절구조이다. 
-체계들의 유/무표성: 예를 들어 a 라는 모음체계와 oe a 라는 모음체계를 비교해보자. 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음들의 숫자가 서로 똑같고(5개임), 둘 다 3단계 2계열형식을 갖춘 모음체계들이기 때문에, 두 체계는 복잡도 면에서 차이나지 않는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전자는 다수 언어들에서 사용되는 모음체계임에 반해, 후자의 모음체계를 사용하는 언어는 여태껏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전자는 후자에 비해 복잡도가 낮고 많은 언어들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자연적인 모음체계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유/무표성이라는 개념들은 음성현상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만든 추상적인 개념들이 아니다. 이는 실제 언어사용 과정에 근거를 두고 만들어진 사실적인 언어학상의 용어들이다. 예를 들면 무성폐쇄음이 유성성분면에서 무표성(= u sth)가치를 갖는데는, 조음운동상의 근거가 있다. 즉 발음기관의 역학구조상 구강의 폐쇄과정동안 성대진동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쇄과정 중에 성대진동이 일어나면(= 유성폐쇄음), 보다 복잡한 조음운동을 요하므로, 유성폐쇄음들은 유표성(= m sth) 가치를 갖는다. 
후설모음의 유/무표성은 또한 인지(청취)행위상의 일반원리에 근거하고 있다. 세계언어들을 살펴보면 후설모음들은 동시에 으례 원순성분을 취하고 있다(예: u o). 따라서 원순 후설모음들은 무표적이다. 후설모음이 원순성분과 합쳐 조음되면( + hint, +rund), 해당 모음이 훨씬 분명하고 수월하게 청취된다. 반면에 후설모음들이 원순성분을 취하지 않은 채로 조음되면(예: ɯ ɣ), 이 모음들에 대한 청취인상이 약해진다. 원순 후설모음들이 세계의 거의 모든 언어들에 걸쳐 사용되고 있음은 바로 이같은 인지상의 유리한 조건 때문이다. 
세계 언어들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전형적인 음절구조는 자음과 모음이 번갈아 결합된 CVC(V)...형식을 취하고 있다. 발음기관이 폐쇄되는 점이 특징인 자음과 개방이 특징인 모음이 연결되면, 음절을 구성할 수 있는 조음상의 조건이 가장 극명하게 충족된다. 음향측면에서 볼 때도, “모음 + 자음”결합이 가장 이상적인 음절구조에 해당한다. 최대 공명도를 갖춘 모음에 공명도가 낮은 자음이 연결되면 바로 음절이 하나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음 및 음향상 서로 극단적으로 차이나는 음성들을 번갈아 결합시키는 방법이 음절구성을 위한 가장 경제적인 방법임을 알 수 있다. 음절이란 성문개방 단계로 시작하여 폐쇄단계로 끝나는 한차례의 개폐과정이라고 조음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다. 음향관점에서 정의하자면, 음절이란 공명도의 증가단계에서 시작하여 감소단계로 끝나는 한차례의 증감과정에 해당한다. 또한 언어산출과 인지행위시 음절이라는 단위가 열쇠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송완용 1999, 39쪽과 45쪽에 역설되어 있다. 음절개념에 대한 상세한 정의를 알고자 할 때는 Heike 1992를 참조.
따라서 CVC(V)...구조는 무표적이며 가장 많이 쓰이는 전형적인 음절구조에 해당한다. 요컨대 유표이론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언어산출능력 및 인지능력의 속성들에 근거하고 있다. 

http://www.kgg.german.or.kr/essay/kzg/kzgtxt/kzg67_36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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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el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