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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19 140119 에필로그 셋_마무리.



#1.

2006년이 끝나갈 즈음에 마무리한 여행

이후

홀로 떠난 진짜 여행은

참 오랜만.



#2.

배낭은 훨씬 작은 걸 챙겼고

옷가지도 최대한 줄였다.

속옷도 양말도.

빨아서 입으면 되니까.


줄인다고 줄였지만

결과적으로

더 줄여도 좋았을 법했다.



#3.

잘 먹었다.

예전 여행과의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요리 없이

다 사 먹었다.

나름 유명한 집들을 찾아 다니며.

배고픈 여행은 아니었다.

길 위에서도 늘 귤.과 초코파이.를 씹어 댔다.



#4.

처음 약속대로

음악은 듣지 않았다.

길 위에서는 줄곧

바다.

새.

사람들.의 소리를 들었다.

감각을 또렷이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5.

순간의 느낌.대로

다음날 일정을 그때 그때 정했다.

비수기의 장점이기도 하다.

잠자리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럼에도 ㄴㅂㄹ하우스 숙소.

또 공천포.를 앞에 둔 그 풍경.이 참 좋아서

닷새를 머물렀다.


대신 버스를 더 타고 다녀야 했지만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6.

따로 노트에 필기할 일이 없었다.

여행 후 항상

집에 돌아와

빼곡히 적은 노트를 다시 정리하여

사진과 함께 웹에 올리는 일을 반복했지만


이번엔

그날그날 바로 정리.

느낌.을 더 담을 수 있었다.

적어도 내 느낌은 더 선명하다.



#7.

묵직한 카메라를 일찌감치 포기했다.

사진보다도 걷는 게 더 큰 목적이었으니까.

편히 걷고. 간간히 풍경을 담으려 했다.

폰 카메라만으로도 만족.


걸으면서 떠오르는 생각 거리들도

폰에 몇 자 담았다.



#8.

길 위를 걸을 때

노트북이 있었다.

중간에 몇 자 적는 일도 있긴 했지만

사실 그보다도 폰 충전을 위해 썼다.



#9.

여행지에서는 늘 무언가 버리고 온다.

허름해 입기 힘든 옷도 좋다.

다 써 가는 로션통을 들고 갔고.

그 곳에 놓고 왔다.



#10.

게우고. 비우고 돌아 왔다.

이제 차분히

무엇으로 내 안을 채워 갈지

그것부터 좀 고민해 보아야 할 듯하다.

다시 차오를 공간.




Posted by del5 :